의료분야의 지인을 통해서 들어보거나, 선경험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아도 수술은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다른 분야나 일상생활도 불확실한 일에 대한 대소완급의 판단과 해결방법은 마땅히 순서가 필요하다.
안전은 모든 분야의 기본이며 공통 사항이므로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한 연장선에서, 상식과 윤리 그리고 법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안전문제를 고려할 때 판단해야 할 우선순위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최근의 매스컴을 보면 좌우진영에 각각 법조계 관련자만 참석하여 법률과 규정을 주장하거나, 시스템적 해결을 성토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아마도 모든 문제의 우선순위 판단기준은 법률과 시스템을 강조하는 듯하다.
2003년 네덜란드 드라흐텐(Drachten)에서 증가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3년간 실험을 하였다. 신호등, 표지판, 차선, 횡단보도, 보행자 안전구역, 속도제한표시 모두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평가결과(Kuipers, 2006, Apr.21), 사고건수는 급격히 감소했으며, 일정시간이 경과하면서 더 이상 교통체증도 사라졌고, 자동차 경적사용 빈도도 현저히 떨어졌으며, 사람들은 시선을 더 많이 교환하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도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법과 규정은 최후의 수단으로 되었으며 상식과 윤리가 우선적으로 공유되는 소통의 광장으로 변한 것이다. 또한 전문가중에도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필요이상의 모든 규정과 관료주의를 배제하자는 의미에서 무정부주의(Anarchist, Sidney Dekker)를 주장하기도 한다.
구태여 예를 들지 않아도, 법률/규정/매뉴얼 등이 늘어날수록 각자의 불안감도 늘어나며, 사건사고도 증가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은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To err is human, Alexander Pope),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 노선을 향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상 변경된 어린이 보호구역 규정, 최근 수정된 교차로 우회전 규정을 비롯하여 또다시 변경예정인 고속도로 앞지르기 규정 등 너무 많은 법률조항은 수십년 이상 운전에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법적 기준으로는 이미 잠재적 범죄자가 되어있는 셈이다. 다른 산업분야도 경향은 대동소이 하다.
상식과 윤리의 우선적 검토없이 법률의 잣대부터 거론되는 것이 과연 안전ㆍ안심사회를 위한 것인지 고려되어야 한다. 시스템요소에 인간이 포함되면서 판단기준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통일된 이론이나 방법들을 결정할 수 있는 공학분야와는 다르게, 인간과 조직이 결부된 인문사회분야를 통일된 법칙과 규정만으로 결정하려는 것 자체가 편향된 시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법의 적용은 인간관계를 끊는다는 현실적인 의미이므로 법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더구나 시스템은 학제간(Interdisciplinary)의 융합적인 연구와 소통이 필수요소이다. 소수의 법률가들만 모여서 토론하고 결정하는“독립적 폐쇄시스템”기능은 상호작용하는 현대의 사회-기술(Socio-technical)시스템사회에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절대적 위험요소”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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