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분야에서 현시대를 사회-기술(Socio-technical) 시스템 사회라고 부른다. 과거의 기술적 요인들만으로는 충분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그 환경에 맞는 사회적 요인들과의 상호작용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시스템 사회라는 의미이다. 여러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원인을 추적하기도 어렵고 불규칙적으로 발현되는 비선형적인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술적 요인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이후, 인간이기에 감수해야 하는 인적오류라는 희생타 단어가 출현하였으며, 급기야 인간과 기계의 조화를 목표로 한 휴먼팩터 (Human Factors)개념이 탄생한 것처럼,“상호작용과 초연결 시스템사회”라는 개념도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고 변화의 역사를 거슬러 보면 당연한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될 큰 변화는 이미 10여년 이전부터 예고 해주고 있었지만, 우리의 사고(思考)와 행동이 고정되어 있었기에 상황인식이 늦은 것 이었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과거시점에 (의식적으로?) 고정시킨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나름의 확신편향인 듯하다. 이 편향의식은 특정분야의 전문가 들로부터 더욱 뚜렷이 볼 수 있다. 사실 시스템이 점점 복잡해지므로 대부분의 전문성 은 오히려 편협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냉철한 현실이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의 전문가집단에서는 일어나기 어렵다는 토마스 쿤(Thomas Kuhn)의 주장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항상 변화하는 환경과 조건에서 생존하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조직이든 개인이든 그 상황의 본질과 근본적으로 부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해 하면서도, 자신의 지식과 능력은 특정시점에 고정시킨다.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특화된 과거의 전문지식과 숙달된 능력을 기준으로 분석하고 평가한다. 예방대책 역시 이전의 다른 전문가가 걸어간 길만을 따라간다. 개인의 상황인식 문제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조직문화와 시민사회 역시 동일한 상황인식으로 각자의 사일로(Silo)에 적극 동참하여 외부의 변화세력에 강하게 저항한다.
복잡계 사회로 갈수록 더욱 높고 두터운 사일로가 필요한 조직에 의해 수많은 편가름이 건설된다. 외부의 거센 비바람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하기 위해 각 개인들은 좀 더 튼튼한 사일로를 찾아 들어가 그 조직의 이익을 위해 최대효과 (Silo effect)를 만드는데 혼신을 다한다.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집단의 결정에 추종하는 애빌런의 역설(Abilene paradox)이 정설이 되었다. 다른 조직과의 소통은 이미 오래전에 불통 되었으며, 자신의 사일로 보다 크고 높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조차 볼 여력이 없으므로 전체가 침수당할 수 있다는 상황인식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때로는 예상이 되어도 귀차니즘으로 못 본척하는 안전 불감증만 흔하게 나타난다.
규제가 강화되면 안전도 강화된다는 착각에 빠져, 재난사고가 일어날때마다 중대재해 처벌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는 늘어난다. 양방향 소통(Risk Communication) 능력을 향상 하는 미국/일본과 비교하여, 일방향 소통(Crisis Communication) 스킬만 향상시키는 한국과의 차이점은 최근의 재난사고만을 보아도 알수있지만, 각 이해집단의 목적에 위배되는 대안은 옳고 그름을 소통하기전에 용도폐기된다. 전문가집단의 소통능력이 고정되어 있으니 시민사회의 소통은 불통천국인 셈이다. 유감스럽지만 우리사회는 안전 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있으며, 안전은 특정인만의 일이 아닌 모두의 책임이다.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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