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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참사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넋을 기리며 진심으로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20~30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 사회의 장단점을 조성한 베이비부머로서, 안전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첨병으로서, 이렇게 비참하고 나약한 자화상에 자괴감만 들 뿐이다. 예전과 다름없이 정치권과 언론계는 안전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장을 신속하게 펼친다. 사고는 특정한 원인이 있으므로 원인 제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매뉴얼을 추가하고, 그 원인에 대한 책임자만 찾아 처벌하면 다시는 그러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신념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신기할 정도로 대부분 잊혀진다.


모든 분야가 과거의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기술(Socio-technical) 시대에도 우리의 의식 수준과 행동 패턴은 고정 불변인 것처럼 보인다. 어느 정부이든 사고의 (법적인?) 무한 책임을 약속하고, 언론은 본인들의 역할과 책임을 뒤로 한 체 여전히 이분법과 흑백논리로 안전 분야를 재단한다. 너무나 많은 요인들의 상호작용과 상호의존으로 인하여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석될 수 없는 수많은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세상사가 더욱 복잡해질수록 상대적으로 무지한 상태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복잡계 시스템 사회로 갈수록 안전대책도 복잡해진다는 논리는 철저히 무시된다.


사고는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므로 다같이 돕고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한책임의 약속과 사고율 제로비젼은 공허한 허구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리스크를 사전적 의미대로 "위험"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특정한 위험요인을 미리 찾아서 제거하면 사고가 예방되거나 약화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리스크는 "불확실성(Uncertainty)"을 의미한다(ISO31000, 2018 rev.). 이 불확실성 속에는 부정적 요인뿐만 아니라 긍정적 요인도 포함되어 있기에 함부로 제거하면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공생한다는 개념을 부정하고, 리스크를 완전 제거하면(제로비젼) 오히려 긍적적 요인마저 제거되어 결국 해당 시스템은 지속될 수 없다. 자동차 사고율제로를 위해서 모든 차량을 세워두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제로를 위해서 해당지역을 봉쇄하면 된다는 개념은 리스크의 긍정적 요인을 제로화시키는 행위이다. 현대의 조직 사회에서 부정적 요인의 영향을 주체로 계획을 수립하면 최적의 경영판단과 리더십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아울러 안전/안보/리스크는 누군가의 무한책임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판단은 시스템 안전(System safety)측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표현하기 거북하고 유감스럽지만 사고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에 포함된다. 또한 매번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정치권과 언론계는 직ㆍ간접적인 책임과 의무가 따르며,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우리들 모두에게도 동일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간접적인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결국 모든 사건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므로, 단편화된 어떤 주장도 사고의 원인 파악에 오히려 피해를줄 뿐만 아니라, 사회의 긍정 요소인 시그널을 최소화시키고 부정 요소인 노이즈를 최대화시키는 행위에 해당된다.


반세기동안 압축된 발전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였으며 누군가의 희생도 적지 않았다. 삶의 질 향상과 보다 안전한 사회시스템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변해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상이 바뀌거나 시설이나 제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우리 자신의 사고 방식이 변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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